웹사이트를 운영하거나 브랜드와 관련된 도메인을 소유한 사람에게 도메인 주소는 단순한 웹 주소를 넘어서, 고유한 디지털 자산이자 사업의 핵심이 됩니다. 하지만 소유자가 사망할 경우, 도메인의 소유권 이전 절차를 명확히 해두지 않으면 해당 주소는 폐기되거나 제3자에 의해 임의로 점유될 위험이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도메인 주소의 법적 자산성, 상속 절차, 사전 준비 사항, 그리고 유족이 알아야 할 실무 절차를 안내합니다.
도메인 주소, 디지털 시대의 부동산
인터넷이 중심이 된 시대에서 도메인 주소는 하나의 주소이자 상징이며, 가상의 공간을 차지하는 디지털 부동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 블로그, 브랜드 웹사이트, 쇼핑몰, 포트폴리오, 뉴스레터, 학술 사이트, 심지어는 가족 커뮤니티나 추모 페이지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등록된 도메인은 단순히 방문할 수 있는 경로를 넘어서, 사용자의 존재를 대표하는 상징적 자산이기도 합니다. 특히 짧거나 기억하기 쉬운 도메인, 특정 키워드를 포함한 도메인은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닐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메인은 대부분 1년 단위로 등록되어 갱신되며, 연간 비용을 지불해야만 유지됩니다. 등록은 특정 도메인 등록기관(예: 가비아, 후이즈, 고대디, 카페24 등)을 통해 이루어지며, 소유자는 자신의 명의로 도메인 관리 권한을 갖습니다. 문제는 도메인을 보유한 사람이 사망했을 경우, 해당 도메인의 법적 소유권이 자동으로 상속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메인은 명시적으로 소유권 이전을 하지 않는 한 등록자의 이름으로 유지되며, 연장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 후 만료되고 폐기됩니다. 이때 도메인이 만료되면 제3자가 이를 재등록하여 사용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기존 콘텐츠와 혼동을 유발하거나, 도메인을 고가에 재판매하려는 사이버 스쿼팅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고인의 웹사이트가 왜곡되거나,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도메인에 연결된 이메일, 결제 계정, 서비스 연동 계정까지 함께 차단되기 때문에, 도메인의 소멸은 단순한 주소의 삭제가 아니라, 고인의 디지털 정체성 전체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전부터 도메인 주소의 관리 전략을 세우고, 유족이 접근하거나 상속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유언장, 위임장, 사전 문서화 등을 통해 도메인의 소유권을 명확히 규정하고, 사망 이후 도메인을 적법하게 이전할 수 있도록 실무적 준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도메인의 법적 성격, 상속 가능한 조건, 그리고 실제 절차와 유족이 유의해야 할 사항을 중심으로 안내합니다.
도메인 주소 상속의 조건과 이전 절차
도메인 주소는 법적으로 상속 가능한 디지털 자산입니다. 이는 일정한 가치를 지닌 ‘무형의 권리’로 간주되며, 상표권, 저작권과 유사한 범주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사망자의 유언장이 있거나, 법원에서 발급한 상속 재산 분할 심판서가 있다면, 상속인은 도메인을 이전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집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단순히 권리만으로는 이행되지 않으며, 등록기관의 정책과 등록 당시의 정보 설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메인 등록 정보는 등록자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등을 기반으로 하며, 이 정보가 고인의 개인 정보로 설정되어 있다면, 상속인이 계정을 바로 인수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등록기관은 개인정보 보호 및 계약 주체 확인을 이유로 제3자의 접근을 차단하며, 유족은 사망자 계정에 대한 접근을 요청할 경우, 사망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법원의 상속인 지정 문서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때 절차가 지연되면 도메인 갱신 시기를 놓쳐 폐기될 수 있으므로, 사망 직후 빠른 대응이 요구됩니다. 도메인의 소유권 이전은 등록기관의 지원팀 또는 고객센터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국내 등록기관의 경우, 상속인이 해당 도메인에 대한 접근을 요청하면, 기본적으로 고인의 사망 증명서, 상속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 본인의 신분증을 요구하며, 경우에 따라 법원의 명령서까지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후 절차가 승인되면, 도메인의 소유자 정보가 상속인 명의로 변경되며, 별도 계정을 생성하거나 기존 관리 패널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됩니다. 도메인이 기업 명의 또는 공동 운영 명의로 등록된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해집니다. 기업 계정으로 등록된 도메인은 법인의 소유로 간주되므로, 대표자의 사망이 곧 도메인의 소멸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고인이 실제 운영과 결제를 담당한 경우, 계정 접근이 어려워질 수 있고, 도메인 관리 시스템 내 등록자 정보가 개인 이메일이나 전화번호에 연결되어 있을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계정이 잠기게 됩니다. 이럴 때는 법인을 대표할 수 있는 후임 관리자나 상속자가 공식 위임장을 제출하고 계정을 인수해야 합니다. 생전 준비는 상속보다 훨씬 간편하고 안정적입니다. 도메인 주소를 상속할 계획이라면, 유언장에 도메인의 명칭, 등록기관, 등록 이메일 주소, 만료일, 연장 주기, 결제 수단 정보를 포함시켜야 합니다. 또한 도메인 관리자 패널의 로그인 정보와 2단계 인증 수단을 정리하여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고, 유족에게 전달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유족은 도메인을 안전하게 연장하거나 이전할 수 있으며, 해당 웹사이트를 보존하거나 새로운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도메인은 고인의 존재를 이어주는 디지털 주소
도메인 주소는 그 자체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고인의 이름, 활동, 브랜드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입니다. 블로그나 쇼핑몰, 포트폴리오 페이지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웹사이트가 연결되어 있는 도메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기억과 정체성의 일부로 기능합니다. 그 주소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은 단순한 계약의 갱신이 아니라, 고인의 흔적을 존중하고 남겨진 사람들과의 연결을 이어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도메인의 정리는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핵심은 단순합니다. 내가 소유한 도메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것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를 생전에 결정하는 일입니다. 내가 만든 웹사이트가 사망 이후에도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그 의사를 문서로 남기고 실행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하며, 누구에게 인계할 것인지, 어떤 내용을 남길 것인지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도메인은 유산으로서의 의미를 획득하고, 단절되지 않은 디지털 생애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도메인을 상속받은 유족은 해당 주소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고, 콘텐츠를 아카이빙하거나, 추모 페이지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고인의 이름으로 운영되던 주소가 후손에게 이어져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는 순간, 도메인은 살아 있는 유산이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명확한 사용 지침과 관리 권한을 정해두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도메인이 갱신되고 만료되고 있습니다. 당신이 등록한 그 도메인은, 당신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가요? 그렇다면 그 도메인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 누구에게 이어줄 것인지, 그 계획을 오늘부터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도메인은 사라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주소입니다. 그 주소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유산 시대의 책임이자 배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