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 연령이 낮아지면서 미성년자도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게임 계정, 유튜브 채널, SNS, 전자지갑, 구독 서비스, 클라우드 저장소 등 미성년자의 디지털 흔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되고 있으며, 이 자산을 보호하고 사망 또는 사고 발생 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이제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미성년자의 디지털 유산 보호를 위한 생전 정리, 보호자 권한 설정, 법적 제도 활용 등의 실천 전략을 안내합니다.
디지털 세대의 출현, 미성년자도 자산을 남긴다
디지털 기술이 생활 전반에 스며든 지금, 미성년자도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이용하며 디지털 자산을 형성합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메신저 사용, 유튜브 시청과 콘텐츠 업로드, 게임 계정 생성, SNS 활동, 클라우드에 사진 저장, 구독 서비스 이용 등은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이미 경험하고 있는 일상입니다. 과거에는 성인이 되어야 가질 수 있었던 자산이나 계정이 이제는 초등학생, 중학생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디지털 흔적과 정보는 단순한 활동 기록을 넘어 자산으로 평가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정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미성년자의 디지털 자산은 쉽게 간과되기 쉽습니다. 부모나 보호자가 자녀의 계정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으며, 청소년 스스로도 자신의 데이터가 유산으로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미성년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어느 날 광고 수익을 발생시킬 수도 있고, 게임 계정에 수백만 원 이상의 아이템과 결제가 누적되어 있거나, 특정 SNS 계정이 팔로워 수천 명을 보유한 영향력 있는 계정이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디지털 자산으로서 보호와 관리가 필요한 대상입니다. 문제는 미성년자의 사망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러한 자산이 사라지거나 도용되거나 방치된다는 점입니다. 법적으로 미성년자는 독립적인 행위 능력이 제한되기 때문에 보호자나 법정 대리인이 이 자산에 접근하고 보호할 권한을 가질 수는 있지만, 디지털 자산은 계정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플랫폼에서 보호자에게 자동적으로 접근 권한을 주지는 않습니다. 이로 인해 실제 유족이 자산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정보 유출이나 계정 해킹 등 외부 위협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미성년자의 디지털 유산은 아직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사망 사고가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경우, 보호자들은 자산의 존재 자체를 뒤늦게 알게 되고, 관련 절차를 알지 못한 채 소중한 정보나 재산이 사라지거나 플랫폼에 의해 영구 삭제되는 상황을 겪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고, 미성년자의 디지털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생전에 보호자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 대응 방법과 사망 시 계정 및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미성년자 디지털 자산 보호를 위한 구체적 실천 전략
미성년자의 디지털 유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호자가 먼저 자녀의 디지털 자산 현황을 파악하고, 계정 접근 및 보호 권한을 체계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자산 목록화입니다. 자녀가 가입한 모든 플랫폼 계정과 앱을 확인하고, 그 목록을 정리합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디스코드,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구글 계정 등 SNS와 이메일 계정 외에도, 게임 계정(예: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등), 학습 앱, 클라우드 저장소, 메신저 계정 등이 포함됩니다. 두 번째는 계정 정보 공유 및 백업 체계 구축입니다. 미성년자가 사용하는 계정의 이메일, 비밀번호, 이중 인증 정보 등을 가족이 함께 공유하거나, 암호화된 문서나 비밀번호 관리자 앱을 통해 보호자가 열람 가능한 구조로 저장해두어야 합니다. 일부 플랫폼에서는 가족 계정 또는 부모 승인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해당 기능을 활용해 자녀의 계정 접근 권한을 분산시켜두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 패밀리 링크나 애플 패밀리 공유를 통해 자녀의 디지털 사용을 통제하고 백업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자산 가치 평가 및 법적 대응입니다. 미성년자가 보유한 디지털 자산 중 일정 가치 이상이 있는 콘텐츠나 계정은 사망 시 상속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광고 수익을 올리는 유튜브 채널, 유료 아이템이 누적된 게임 계정, NFT 소유권, 디지털 지갑 등에 대해 보호자는 가치 평가를 하고, 이를 디지털 자산 목록에 포함시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필요시 디지털 자산 관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상속 가능성을 판단하고, 민법상 정당한 관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사망 시 플랫폼별 처리 절차 확인입니다. 각 플랫폼은 사망자의 계정을 정리하거나 접근하는 절차를 별도로 마련해두고 있지만, 대부분 성인 사용자만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보호자가 플랫폼 고객센터에 연락하여 자녀의 사망 사실을 알리고 계정 정리 또는 데이터 백업을 요청할 경우, 사망 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보호자의 신분증 등 공식 문서가 요구됩니다. 이 과정은 플랫폼에 따라 수주 이상 소요될 수 있으며, 일부는 법원의 명령서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다섯 번째는 디지털 유산 정리 문서의 준비입니다. 부모는 자녀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내용을 유언장에 포함하거나, 별도로 작성한 ‘디지털 자산 보호 지침서’에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 문서에는 어떤 계정이 있으며, 그 계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어떤 정보는 삭제하고 어떤 정보는 보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인의 의사와 보호자의 계획을 함께 명시할 수 있습니다. 이 문서는 유족이 계정 정리 시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며, 가족 간 갈등을 예방하는 역할도 합니다.
디지털 세대의 유산, 부모의 준비가 아이를 지킨다
아이들의 삶도 이제는 디지털 공간에 기록됩니다. 그들이 게임을 하고, 동영상을 올리고, 채팅을 나누고, 사진을 저장하는 그 모든 행위가 디지털 흔적이자 유산이 됩니다. 하지만 이 유산은 준비되지 않으면 사라지고, 정리되지 않으면 혼란을 낳습니다. 특히 미성년자의 사망은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고, 그때 보호자가 준비해두지 않았다면, 소중한 정보나 자산은 플랫폼에 의해 삭제되거나 제3자의 손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은 부모가 대신 관리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이 쌓아온 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보호자는 자산 목록을 점검하고 계정 정보를 정리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단순히 아이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것을 넘어서, 함께 계정을 정리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보관하며, 때로는 아이의 생각과 의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유산 설계를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복잡한 법률이나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과 대화하고, 그들이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이해하며, 필요할 때 그 정보를 지켜줄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부모의 사랑은 물리적 자산만이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의 흔적까지도 함께 품고 정리해주는 데서 완성됩니다. 그렇게 지켜진 정보는 단지 데이터가 아니라, 아이의 삶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가장 따뜻한 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의 디지털 유산을 보호하는 일은 곧 미래를 보호하는 일입니다. 한 명의 아이가 쌓은 정보와 기록, 콘텐츠가 어른들의 준비와 관심 속에서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하나씩 정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디지털 세대를 위한 보호이자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