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의 디지털 자산 중에는 가족이 보존하고 싶은 데이터도 있지만, 반대로 영구 삭제를 원하는 계정이나 콘텐츠도 존재합니다.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등 다양한 플랫폼은 각각의 삭제 요청 절차와 요구 서류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처리가 지연되거나 거부될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주요 플랫폼별 디지털 유산 삭제 요청 절차를 실무적으로 정리하고, 유족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제공합니다.
남겨진 디지털 자산, 어떤 것은 지우는 것이 더 큰 배려다
디지털 유산이라는 단어가 일상화되며 많은 이들이 고인의 온라인 흔적을 어떻게 보존하고 상속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일부 유산은 반드시 삭제되어야 할 필요도 존재합니다. 사망자의 이메일 계정, 소셜미디어, 블로그, 클라우드 계정에는 개인적인 정보나 감정, 타인과의 기록, 미완성 작업물 등이 담겨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유족에게 정서적 고통을 유발하거나, 법적·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고인이 평소 보안에 민감했던 경우나, 자신의 기록을 공개하거나 유지되길 원치 않았던 경우라면, 생전의 의사에 따라 해당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이 가장 존중하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클라우드 서버나 SNS에 자동 저장된 사진, 대화, 음성 기록 등은 사용자가 의식하지 못한 채 축적된 경우가 많고, 이들이 사망 이후 무단으로 유통되거나 악용되는 사례도 실제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의 계정을 삭제하는 일은 단순한 클릭 몇 번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닙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은 모두 각자의 계정 삭제 정책과 증빙 서류 요구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을 충족하지 못하면 삭제 요청이 거절되거나 장기간 지연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계정이 삭제되면 일부 자료는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삭제 전 백업 여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하고, 삭제가 필요한 콘텐츠만 선별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지도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본 글에서는 유족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실무 중심의 디지털 유산 삭제 절차를 플랫폼별로 정리하여 안내합니다. 각 서비스가 요구하는 서류 목록, 처리 기간, 주의사항, 백업 여부, 법적 쟁점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삭제 요청 전후에 필요한 실무적인 전략과 함께, 사전 준비 방법까지도 안내합니다. 디지털 유산의 삭제는 단지 데이터 정리가 아니라, 고인의 의지를 실현하고, 남은 이들의 삶을 보호하는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주요 플랫폼별 삭제 요청 절차와 실무 전략
디지털 유산 삭제는 각 플랫폼의 정책에 따라 접근 방식과 필요 서류가 다릅니다. 삭제 요청 전 반드시 계정의 성격, 고인의 의사, 보존 가치, 가족 간 협의 여부를 먼저 점검한 후, 아래 플랫폼별 절차를 참고해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구글(Google)
구글은 '사망한 사용자 계정에 대한 요청' 전용 페이지를 통해 삭제 신청을 받습니다. 신청자는 다음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사망자의 사망진단서, 신청자의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또는 법원 명령서.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서비스는 Gmail, Google Drive, YouTube, Google Photos 등이며, 신청 후 평균 1~2개월 내 처리됩니다. 단, 일부 콘텐츠는 법원 명령 없이는 삭제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2. 애플(Apple)
애플은 디지털 유산 연락처 기능을 생전 등록한 사용자의 경우, 유족이 애플 ID와 함께 액세스 키, 사망증명서를 제출하면 계정을 삭제하거나 데이터 접근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기능이 설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법원 명령서를 제출해야만 삭제가 허용됩니다. 삭제 요청은 애플 ID 지원 센터를 통해 가능합니다.
3. 페이스북(Facebook, Meta)
페이스북은 사망자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삭제 요청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삭제를 원하는 경우, 고인의 사망증명서와 신청인의 신분증만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며, 약 14일 이내에 계정이 완전히 폐쇄됩니다. 단, 고인이 추모 계정 전환을 생전에 설정해놓았을 경우, 삭제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4. 인스타그램(Instagram)
인스타그램은 메타의 자회사로서 페이스북과 유사한 절차를 따릅니다. 공식 삭제 요청 양식에 사망증명서와 신청자 정보를 입력하면, 약 14~30일 내로 계정이 삭제되며, 추가 확인 절차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5. 네이버(Naver)
네이버는 유족이 ‘상속자 계정 이관 또는 삭제 요청서’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요구 서류는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신청자 신분증 등입니다. 계정 삭제 요청은 고객센터를 통해 진행되며, 네이버페이, 메일, 블로그, 카페 등 통합 계정 전체가 삭제되므로, 삭제 전에 백업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6. 카카오(Kakao)
카카오톡 및 카카오계정에 대한 삭제 요청은 카카오 고객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서류는 사망증명서와 유족임을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합니다.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페이, 다음 메일 등 연계 서비스도 함께 삭제되기 때문에, 서비스 별 중요 데이터를 확인한 후 요청해야 합니다.
삭제 요청 시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각 플랫폼의 계정 삭제는 복구 불가한 영구 삭제이므로, 실수로 필요한 데이터를 삭제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고인이 생전에 데이터를 백업했거나, 삭제를 원하지 않았던 경우 유족 간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가족 간 협의를 거쳐야 합니다. 셋째, 플랫폼이 해외 기업일 경우, 요청서가 영어로 작성되어야 하며, 공증 문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삭제 전 다음과 같은 실무 절차를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모든 계정과 연계된 이메일을 먼저 비활성화하거나 접속하여 백업을 시도합니다. 둘째, 고인의 명의로 연결된 유료 서비스(예: 넷플릭스, 웨이브, 정기 구독 서비스 등)도 해지 요청을 해야 추가 요금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셋째, 주요 데이터는 외부 저장 장치 또는 클라우드 백업 서비스로 안전하게 보관한 후 삭제 요청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삭제는 끝이 아닌 정리의 시작, 남겨진 사람을 위한 준비
디지털 유산의 삭제는 단지 정보를 지우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고인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이자, 남은 이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의 일환입니다. 어떤 기록은 남겨야 의미가 있고, 또 어떤 흔적은 지우는 것이 오히려 고인을 더 잘 이해하고 배려하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판단은 감정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실무적이고 법적인 판단이 동반되어야만 합니다. 삭제 요청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시간, 서류, 확인 절차 등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며, 때로는 플랫폼과의 의견 조율이나 법률 자문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족은 감정적으로도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므로, 가능한 한 고인이 생전에 삭제를 원하는 콘텐츠, 보관하고 싶은 자료, 누구에게 어떤 정보를 넘길지를 미리 정리해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디지털 유산 관리의 핵심은 ‘기록’과 ‘의도’입니다. 고인이 남긴 기록을 어떤 의도 아래 정리할 것인가가 중요하며, 이를 위한 기술적 도구로서 삭제 요청은 마지막 단계일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생전에 단지 계정을 만들어 사용하는 데 그치지 말고,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설정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이것이 진정한 디지털 생애 설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죽음은 종종 조용히 이루어집니다. 로그인이 멈추고, 업데이트가 끊기며, 반응이 사라진 그 순간부터 계정은 고요한 흔적이 됩니다. 그 흔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누구와 함께 정리할 것인지는 이제 남겨진 사람들의 몫입니다. 삭제는 모든 것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남길 것과 지울 것을 선택하는 과정이며, 그 선택이 고인을 더욱 또렷이 기억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