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과 사파리 브라우저는 사용자의 수많은 로그인 정보를 자동으로 저장하고 관리하는 핵심 플랫폼입니다. 그러나 사용자가 사망한 후 이 저장된 비밀번호에 접근하지 못하면 각종 계정, 금융, 업무 정보까지 복구가 불가능해지며 유족에게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크롬과 사파리에 저장된 비밀번호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사망 이후 유산처럼 정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디지털 유산 시대, 브라우저 비밀번호 정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브라우저 저장 비밀번호, 보이지 않는 디지털 유산
우리는 매일 크롬 또는 사파리 브라우저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수많은 사이트에 로그인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브라우저에 자동 저장되며, 사용자는 별도로 정보를 기억하지 않아도 손쉽게 원하는 계정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편의성 덕분에 수년간 수십, 수백 개의 계정 정보가 브라우저에 누적되며 저장됩니다. 그러나 바로 이 ‘자동 저장 기능’이, 사용자의 사망 이후에는 치명적인 단절과 혼란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온라인 계정은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은행, 쇼핑몰, 클라우드, 업무 플랫폼, 소셜미디어 등 거의 모든 활동이 로그인으로 시작되고, 이 로그인 정보를 사람이 기억하기보다는 브라우저가 대신 저장합니다. 문제는 사용자가 사망한 후, 가족이나 지인이 이 로그인 정보를 복구하지 못하면 중요한 계정들에 접속하지 못하고, 그 안에 담긴 자산, 사진, 문서 등이 모두 사라지거나 접근 불가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크롬은 구글 계정과 연동되어 비밀번호를 클라우드에 자동 저장하고 동기화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사파리 역시 애플 ID와 연결되어 아이클라우드 키체인에 로그인 정보를 저장합니다. 이 말은 곧, 비밀번호만 복구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해당 클라우드 계정에 대한 접근 권한이 확보되지 않으면 브라우저에 저장된 정보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전에 명확한 조치 없이 갑작스러운 사망을 맞이하면, 남겨진 가족은 이 문제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브라우저 저장 비밀번호는 단지 로그인 정보의 편리한 저장 수단이 아니라, 현대인의 디지털 삶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입니다. 그 안에는 단순한 계정 정보뿐 아니라, 고인의 삶의 궤적, 업무의 흐름, 금융 거래,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이력 등이 모두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데이터를 어떻게 사망 이후에 정리하고 인계할 것인지는 디지털 유산 정리의 가장 실질적이고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 글에서는 크롬과 사파리에 저장된 비밀번호 데이터를 어떻게 파악하고 백업할 수 있는지, 사망 이후 유족이 이 데이터를 복구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생전에 준비해두어야 할 구체적인 조치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실천적 관점에서 하나하나 안내하고자 합니다.
브라우저 비밀번호 정리를 위한 구체적 절차
크롬과 사파리 브라우저에 저장된 비밀번호는 사용자의 클라우드 계정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크롬은 구글 계정과, 사파리는 애플 ID와 연동되어 각각의 서버에 비밀번호를 암호화된 상태로 저장하며, 기기 간 자동 동기화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는 사용자가 하나의 기기에서 로그인해 정보를 입력하면, 다른 기기에서도 즉시 해당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편의 기능이지만, 동시에 사망 이후 접근이 어렵도록 만드는 보안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우선 크롬의 경우, 사용자는 chrome://password-manager 주소에 접속하면 본인의 구글 계정에 저장된 모든 비밀번호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이 비밀번호들은 구글 계정에 로그인하고, 이중 인증을 거친 뒤 ‘내 비밀번호’ 목록에서 확인하거나 .csv 파일로 백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망자의 계정에 접근하려면, 유족은 구글에 공식 요청을 통해 비밀번호 목록을 요청해야 하며, 이때 법원의 명령서, 사망 증명서, 본인의 신원 확인 자료 등이 필요합니다. 구글은 계정 자체를 상속해주지는 않지만, 일부 데이터는 제한적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사파리는 아이클라우드 키체인을 통해 비밀번호를 관리합니다. 사용자는 ‘설정 > 비밀번호’ 항목에서 로그인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 역시 애플 ID에 로그인하고, 기기에서 본인 인증을 마쳐야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사망자의 사파리 키체인 데이터에 접근하려면, 유족은 ‘디지털 유산 연락처(Digital Legacy Contact)’로 지정되어 있어야 하며, 지정된 사람이 액세스 키와 사망 증명서를 함께 제출해 애플 측의 인증을 거쳐야만 키체인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특정 제3자의 정보가 포함된 경우 일부 데이터는 제한되거나 삭제된 상태로 제공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브라우저 비밀번호 데이터는 암호화되어 저장되고, 서비스 제공 업체가 제3자 접근을 철저히 통제하기 때문에, 생전에 다음과 같은 사전 조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첫째, 정기적으로 중요한 계정의 비밀번호 목록을 백업하고, 이를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종이 문서, 암호화된 USB, 보안 앱 등을 활용하여 일정한 주기로 비밀번호 목록을 갱신하고, 가족이나 지정된 신탁인에게 그 존재와 사용법을 알려야 합니다. 둘째, 디지털 유산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문서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유언장이나 디지털 자산 지침서에 브라우저 비밀번호를 포함한 계정 목록을 명시하고, 이를 누구에게 어떻게 인계할지에 대한 지침을 구체적으로 남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 단순히 계정 이름만 기재할 것이 아니라, 접근 절차, 이중 인증 해제 방법, 중요한 항목 구분까지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셋째, 가능한 경우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사전 지정 기능(구글 비활성 계정 관리자, 애플 디지털 유산 연락처 등)을 활용해 데이터 접근권을 유족에게 부여하는 설정을 완료해두어야 합니다.
브라우저 비밀번호도 유산이 되는 시대
브라우저에 저장된 비밀번호는 더 이상 단순한 보조 기능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디지털 정체성과 온라인 자산, 활동 이력 전체에 대한 열쇠이며, 사망 이후에도 계정과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디지털 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브라우저 비밀번호 정리’라는 주제를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되며, 이를 하나의 유산으로 인식하고, 생전에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유산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망 이후 유족이 겪는 문제는 대부분 이러한 ‘보이지 않는 자산’에 접근하지 못함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이메일, 은행, 업무, 소셜미디어, 사진 저장소 등 대부분의 계정들이 브라우저 비밀번호를 통해 로그인되기 때문에, 이 데이터를 잃는 것은 단지 하나의 정보가 아니라 고인의 삶 전체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브라우저 비밀번호를 디지털 자산 목록에 포함시키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법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가족이나 후견인에게 이 정보가 어떻게 전달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신뢰할 수 있는 툴이나 문서를 활용하여 단단하게 체계를 세워야 합니다. 나아가 이런 준비는 단지 데이터를 넘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겨질 이들에게 혼란 없이 질서 있는 이별을 선물하는 일입니다. 결론적으로 브라우저 비밀번호는 가장 작지만 가장 중요한 디지털 유산입니다. 우리는 로그인 한 번으로 수많은 문을 열고 닫지만, 그 열쇠가 사라졌을 때 어떤 정보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지금 바로 브라우저의 비밀번호 데이터를 정리하고, 그것을 당신의 유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일을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작은 실천이 누군가에게는 고인의 삶을 다시 마주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