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생활 중 봉사활동은 단지 시간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문화와 인간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언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문화가 달라도, 진심이 닿는 순간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본 글에서는 타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느꼈던 감정과 깨달음,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배움의 순간들을 공손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낯선 땅에서 남을 돕는 일이 어떻게 나를 성장시켰는지를 함께 나눠봅니다.
도움을 주러 갔지만,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받은 시간이었습니다
타국에서의 삶은 처음에는 늘 ‘생존’이 먼저입니다. 언어를 익히고, 집을 구하고, 일상적인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그 모든 과정을 지나 안정이라는 단어가 가까워질 즈음, 마음속에 조용히 스며드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제 나는, 이곳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답을 찾고 싶었던 저는, 어느 날 현지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외국인을 위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라는 공지를 발견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언어도 아직 완벽하지 않은데 괜찮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공지 하나가 마음속에 오래 남았고, 결국 저는 봉사활동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봉사활동이란 단어는 익숙하면서도 막연합니다. 그저 ‘남을 돕는 일’이라는 이미지로만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깊고 풍부한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외국이라는 낯선 환경에서의 봉사활동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내가 이 사회 속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기회였습니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삶의 배경이 전혀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손을 맞잡고, 함께 땀을 흘리는 일. 그것은 ‘다름’이 ‘연결’로 전환되는 순간이었고, 무언가를 베푸는 행위가 아닌, ‘서로를 알아가는 여정’에 가까웠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외국에서 직접 경험했던 봉사활동의 이야기를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그 안에서 제가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떤 어려움을 겪었으며, 또 어떤 변화와 성장을 마주했는지를 진심을 담아 하나하나 나눠보겠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도 타국에서의 삶이 단조롭게 느껴지거나, 내가 이곳에서 어떤 의미를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하고 계시다면, 봉사라는 아주 작고도 따뜻한 선택이 그 해답의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말은 부족했지만, 마음은 충분했던 그 날의 이야기
제가 처음 참여했던 봉사활동은 지역 도서관에서 진행된 ‘이중언어 아동 읽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가정의 어린이들에게 책을 함께 읽어주고, 이야기 나누며 언어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었지요.
아이들과 마주한 첫 날, 솔직히 많이 긴장되었습니다. 과연 제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어설픈 문장과 서툰 발음으로 아이들이 지루해하거나 실망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그 걱정은 첫 페이지를 펼치고, 아이들이 제 목소리를 따라 읽기 시작하자마자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읽는 억양 하나에도 귀를 기울였고, 모르는 단어를 질문할 때면 눈을 반짝이며 기대에 찬 눈빛을 보였습니다. 어떤 날은 한 아이가 저에게 “선생님, 한국말 예뻐요”라고 말해주었는데, 그 한마디에 저는 며칠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진행한 노숙인 대상 급식 봉사에 참여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추운 겨울이었고, 바깥 날씨는 살을 에는 듯했지만, 주방 안은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와 국물의 향기로 가득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언어가 거의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음식을 건네는 손길, 받으면서 건네는 작고 조심스러운 “thank you.” 그 짧은 교류 속에서, 제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얼마나 잘 말할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했던 건, 그 자리에 제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은 현지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문화 교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시간에, 저는 한복을 입고 갔습니다. 아이들에게 세배하는 법, 김치 만드는 영상, 한국 동요를 소개했을 때, 아이들은 무척 흥미롭게 반응해주었습니다. 그날 이후 한 아이가 편지를 써 주었습니다. “당신이 소개해준 나라에 가보고 싶어요. 한국이랑 친구가 된 기분이에요.” 그 편지를 읽고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봉사’는 단지 ‘주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세계를 넓혀주는 ‘교류의 언어’라는 사실을요. 물론 힘든 순간도 있었습니다. 언어가 부족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날도 있었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오해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저는 더 많이 배우고, 더 넓게 이해하고, 더 부드럽게 연결하는 법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타국에서의 봉사활동은 단순히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넘어, ‘내가 이 사회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경험들은 지금도 제 마음속에 깊은 온기로 남아, 삶의 방향을 다시 정리할 때마다 저를 이끌어주는 나침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낯선 땅에서 사람을 돕는다는 것, 결국 나를 돕는 일이었습니다
외국에서의 봉사활동은 그 자체로 도전이기도 했지만, 그 무엇보다 따뜻한 성장의 시간이었습니다. 타인을 돕는다는 단순한 시작이, 결국 제 내면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저는 그 과정을 통해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두려움도 많았습니다. 언어는 부족했고, 문화는 달랐고, 제가 줄 수 있는 것이 과연 있는지 확신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고 나니, 그 모든 것은 ‘마음’ 앞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아이의 웃음, 따뜻한 국을 받으며 감사의 눈빛을 건넨 노숙인의 표정, 문화적 이야기를 경청하던 현지 아이들의 호기심. 그 모든 순간은 저를 이방인에서 ‘하나의 사람’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도움’이란 단어는 생각보다 작고, 그보다 더 큰 것은 ‘연결’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봉사활동을 통해 제가 배우게 된 건 단지 외국어도, 협업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진짜로 배운 건 ‘경청하는 법’, ‘기다리는 법’, 그리고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이었습니다. 그 모든 배움은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타지에서만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자산이었습니다. 혹시 지금 외국 생활이 단조롭고, ‘내가 여기서 어떤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계신다면 봉사라는 아주 작고 조용한 선택을 한번 해보시길 진심으로 권해드립니다. 그 선택은 언젠가 지금의 나를 다시 떠올릴 때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남을 도운 그 하루가, 사실은 가장 나를 위로해준 하루였다는 것을 당신도 곧 알게 되실 겁니다.